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하며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을 국내에 열기로 하고 대규모 물류센터까지 확보하며, 이미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까지 본격적인 '안방 공습'에 나서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심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테무, 16만㎡ 초대형 물류센터 확보… 국내 배송 인프라 구축 박차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경기도에 위치한 16만5천㎡ 규모의 거대한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물류 및 배송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 주요 교통 요충지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의 접근성도 뛰어나 물류 거점으로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테무의 이번 물류센터 확보는 기존 중국산 제품 직구 판매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 확대를 위한 핵심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테무 측은 "한국 판매자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초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지역 상품을 제공하고, 한국 판매자들에게는 수백만 명의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테무의 오픈마켓은 국내에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재고를 보유하며, 자체적으로 주문 처리 및 배송이 가능한 한국 판매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입점을 희망하는 판매자는 구글 검색창에 '테무 셀러 센터'를 검색하여 한국 테무 판매자 센터 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를 개설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입점 수수료 면제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한국 판매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오픈마켓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또한, 테무는 본사 차원에서 공개 입찰을 통해 국내 주요 물류업체와 계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이 테무 직구 상품의 국내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 C커머스 잇단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쩐의 전쟁' 예고
중국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쉬인(Shein) 역시 최근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체 뷰티 브랜드 '쉬글램(Sheglam)'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 확장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출시된 쉬글램은 1만 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1020세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52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쉬인은 워너 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산리오의 '헬로키티' 등 인기 IP(지식재산권)와의 협업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쉬글램 헤어' 라인을 통해 헤어 에센셜 오일, 세럼 등을 판매하는 데 이어, 향후 드라이기, 고데기 등 고가 미용 기기 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의 직접 진출 결정과 쉬인의 사업 확장이 맞물리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이후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몰 앱 순위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11번가, G마켓 순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현금성 쿠폰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국내 시장은 그야말로 '쩐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3대 플랫폼의 한국 시장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경우, 이들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대체 시장으로 삼고 공략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