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분류, 식당 서빙까지…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취업 문턱 대폭 낮춘다

  • 등록 2025.04.28 10: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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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정부 논의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시행 전망… 노동계 “임금 격차 심화” 우려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택배 분류 작업과 식당 홀서빙, 경북 지역 호텔업에 비숙련 외국인(E-9) 노동자 고용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음식점의 외국인 고용 허가 요건인 업력 기준을 현행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서비스업 전반의 외국인 노동력 활용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2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초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허가제 서비스업 신규업종 운영개선 및 지원방안 논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자문 기구인 실무위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순에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제한적이었던 서비스 분야에 E-9 비자를 가진 비숙련 외국인력의 취업 문턱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택배 분류 작업, 음식점 홀서빙, 그리고 경북 지역 호텔 및 휴양콘도업에 E-9 외국인력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를 이룬다.

 

현재 택배업에서는 단순 하역 및 적재 업무에만 외국인력 활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분류 작업에도 E-9 노동자 고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택배 노동자들이 상·하차와 분류 작업을 함께 수행하는 현실을 고려해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음식점 역시 홀서빙 분야에 외국인력 고용이 허용될 경우 인력난 해소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주방 보조원에 한해 E-9 인력 고용을 허용했지만, 홀서빙은 제외해 업계의 추가적인 인력난 호소가 이어져 왔다. 재외동포(F-4)나 유학생(D-2) 비자로 홀서빙이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 부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고용허가제 신청 가능 업력 완화까지 검토하며 음식점의 외국인 고용 접근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현행 5년 이상인 업력 기준을 3년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업력이 짧을수록 폐업 위험이 높아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9 비자 기간(기본 3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 사항이다.

 

더불어 경북 지역 호텔 및 휴양콘도업에 E-9 인력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는 서울, 부산, 강원, 제주 지역의 해당 업종에서만 건물 청소원에 한해 E-9 인력 고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호텔 내 다른 직무로의 외국인력 확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계획대로 다음 달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번 안건이 의결되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신규 외국인력 고용 신청이 가능하며, E-9 노동자들은 9월 말께 국내에 입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인 E-9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경우, 7월부터 바로 해당 업종에 투입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신규 업종 허가보다는 기존 허용 업종의 요건 완화 성격이 강해, 보다 유연한 인력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국인력정책 실무위 위원이기도 한 민주노총 우문숙 정책국장은 “서비스업의 인력 부족은 처우 개선 노력이 부족한 결과”라며 “값싼 외국인력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국내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E-9 인력 확대로 저임금 노동이 고착화되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고용주 의견에만 치우쳐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음식점업 고용허가제 직무 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조정실 역시 택배 분류 작업에 대한 외국인 고용 제한을 불합리한 규제로 지적하며 개선을 예고했었다.

배상미 기자 jiso03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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