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이용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 절반 이상이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품질과 신뢰도가 높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중국 유통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54.8%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월 최근 3개월 이내 알리, 테무,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 이용 경험이 있는 20~69세 국민 1,2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최근 3개월 이내 가장 많이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은 쿠팡(85.1%)이었으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75.5%)가 뒤를 이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구매 경험률은 20~30% 수준에 그쳤다.
중국 쇼핑몰 이용 이유로는 응답자의 약 70%가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반면 쿠팡 이용 이유로는 '빠른 배송'(74.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품질 면에서는 국내 쇼핑몰이 우위를 점했다. 응답자의 60.9%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상품의 품질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사한 품질의 상품일 경우 67.7%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상품이 더 저렴하다고 답했다.
특히 테무 이용자들은 상품 품질 관리 강화를 가장 필요한 개선점으로 지적했으며, 쿠팡 이용자들은 리뷰 신뢰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구매 후 불만족 또는 문제 발생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60.7%에 달했으며, 이 중 15.5%는 고객 서비스 센터에 문의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품질 및 서비스 측면에서 약점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중국 플랫폼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이 국내 물류, 유통, 제조,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대규모 자체 물류망 구축 시도는 국내 물류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내 물류 인프라가 하도급화되거나 중국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 소액 면세 기준을 활용해 국내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될 경우, 국내 중소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약화로 경영난에 직면하고, 나아가 내수 기반 제조업체들의 생존까지 위협받아 장기적으로 산업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개인정보 처리 문제,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가짜 리뷰 문제 등 플랫폼의 책임성과 공정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KISDI 보고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은 품질과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내 쇼핑몰을 여전히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