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쿠팡이 주도해 온 ‘로켓배송’식 속도 경쟁이 물류 업계의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가운데, 주요 택배·물류 기업들이 단순 배송을 넘어 ‘풀필먼트 인프라 고도화’와 ‘셀러 컨설팅·비즈니스 지원’이라는 새로운 생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등 잇따른 구설로 주춤한 사이, 주요 물류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풀필먼트(통합 물류 관리) 서비스를 확장하며 시장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특히 한진은 소상공인과 중소 셀러들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돕는 ‘밀착형 성장 파트너’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격의 선봉에 섰다.
외형 커졌지만 속빈 강정… 출혈 경쟁에 영업이익 ‘쇼크’
올해 1분기 주요 택배사들의 성적표는 ‘외화내빈(外華內빈)’ 그 자체였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가 상승도 악재였지만, 무려 9분기째 이어진 단가 출혈 경쟁이 고착화된 탓이 컸다.
실제 한진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6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69억 원으로 무려 38.1% 급감했다. 롯데택배 역시 매출은 8535억 원으로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9억 원으로 10.5% 감소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또한 택배 물동량(14.3%↑)과 매출(10.5%↑·9678억 원)이 모두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342억 원에 그치며 0.3% 소폭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결국 ‘빠른 배송’만으로는 더 이상 공멸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업계는 셀러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한진, ‘단순 배송’ 넘어 소상공인 ‘글로벌 파트너’로 체질 개선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한진이다. 한진은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소상공인 셀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마케팅 및 글로벌 판로 개척 지원’ 프로그램에 전력을 쏟고 있다. 단순한 물류 대행을 넘어 셀러가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한진은 커머스 크리에이터 플랫폼 ‘그립(Grip)’ 내에 샵인샵 채널을 전격 구축하고 첫 상품 판매 라이브 방송을 단행했다. 이는 한진의 디지털 이지오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상공인들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 상품을 판매하고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도 전방위로 지원한다. 한진은 국내 이커머스 셀러와 소상공인을 위한 정기 교류 프로그램인 ‘2026 원클릭 커넥트’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진은 국내 셀러들을 글로벌 커머스 파트너사와 직접 연결해 유통 정보를 교류하고 비즈니스 협력을 맺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내수 시장 침체를 해외 직구·역직구 물류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 관계자는 “한진은 단순 배송 서비스를 넘어 해외 물류, 글로벌 판매 지원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소상공인과 중소 셀러들의 성장 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파트너들과 유기적 협업을 통해 든든한 비즈니스 성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B2B 결합한 ‘올인원 패키지’로 인프라 초격차
CJ대한통운은 압도적인 인프라 체급을 바탕으로 한 ‘풀필먼트 고도화’로 맞불을 놓았다. 기존의 이커머스 전용 풀필먼트에 B2B(기업 간 거래) 기능을 결합한 ‘더 풀필 올인원 패키지’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셀러들이 상품을 CJ대한통운 풀필먼트센터 한 곳에만 입고하면 재고 관리부터 플랫폼별 상품 가공, 출하, 대량 운송까지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한다. 판매 채널별로 물류 거점을 쪼개어 운영하던 셀러들의 비용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자체 이커머스 물류관리 시스템인 ‘로이스 이플렉스’를 자사몰, 오픈마켓, 버티컬 플랫폼 등 총 26개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동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3월 말 기준 CJ대한통운이 운영 중인 이커머스 풀필먼트 면적은 총 22만 1550평(73만 2397㎡)에 달하며, 상온·냉장·냉동을 아우르는 ‘3온도 센터’를 통해 고도화된 물류 체계를 증명하고 있다.
‘배송 속도’에서 ‘상생 생태계’ 중심으로… 물류 2라운드 서막
물류·택배업계의 이번 움직임은 이커머스 물류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느끼는 배송 속도가 상향 평준화된 만큼, 이제는 셀러를 자사 생태계에 얼마나 긴밀하게 결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누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셀러의 물류 부담을 완벽히 지워주고 매출 성장을 도울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한진의 소상공인 밀착형 마케팅·해외 진출 지원 전략과 CJ대한통운의 압도적인 올인원 인프라 경쟁이 향후 시장 패권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