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넘어 '샛별처럼 빛나는 흑자' 컬리, 10년 만의 결실…비결은 유료 멤버십·뷰티·물류 효율화 '삼위일체'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온라인 푸드 플랫폼의 선두주자 컬리가 창립 10년 만에 감격적인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컬리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7억 6100만 원을 기록, 2015년 새벽 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적자 속에서도 뚝심 있게 사업을 확장해 온 결실을 맺었다.

 

유통 업계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컬리의 '샛별배송'은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였지만, 자체 물류센터 구축과 배송 인력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초기부터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실제로 컬리는 사업 초기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했으며, 그 규모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컬리가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배경에는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핵심 전략들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컬리 안팎에서는  ①성공적인 유료 멤버십 안착 ②비식품 영역 확장, 특히 뷰티컬리의 성장 ③대규모 물류센터 구축 및 효율화 이 세 가지 요인이 흑자 달성의 결정적인 '삼박자'를 이룬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160만 충성 고객 확보한 '컬리멤버스'의 힘

 

자체 배송망을 구축한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인 쿠팡 역시 로켓배송 도입 후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컬리는 쿠팡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물류와 고객 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흑자 전환의 시기를 기다려왔다.

 

컬리 내부에서는 2023년을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한 중요한 해로 평가한다. 수년간 지속되던 적자 규모가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컬리가 2023년 8월 야심차게 출시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 '컬리멤버스'는 흑자 달성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월 구독료를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인 1900원으로 책정한 컬리멤버스는 가입 즉시 매월 2000원의 적립금을 제공하여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웠다. 여기에 더해 회원 전용 할인 쿠폰, 특가 상품,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 등을 제공하며 고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컬리의 큐레이션 능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컬리멤버스 가입자 수는 160만 명을 넘어섰으며, 재구독률 또한 9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절반 정도가 멤버십 회원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회원의 구매 전환율은 비회원 대비 6배나 높다"고 밝혔다.

 

이는 유료 멤버십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컬리가 성공적으로 구현했음을 시사한다.

 

◇ '백화점' 컬리의 변신…뷰티컬리 등 비식품 확장 전략 주효

 

업계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쿠팡을 '만물상'에, 엄선된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는 컬리를 '백화점'에 비유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진 컬리는 2022년 11월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신선식품 중심에서 벗어나 화장품, 주방용품, 가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상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특히 뷰티컬리는 컬리 전체 거래액의 약 10%를 차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선식품에 비해 재고 관리가 용이하고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통해 확보한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마진율이 높은 비식품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확장한 전략이 컬리의 흑자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생산성 20% 향상시킨 첨단 물류 시스템

 

컬리는 2023년 서울에 위치했던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평택과 창원으로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컬리 평택물류센터'는 축구장 28개 규모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컬리 측은 이러한 대규모 물류센터 이전을 통해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20% 향상시키고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류 효율화에 따른 여력을 바탕으로 컬리는 물류센터 운영 노하우를 활용한 외부 업체의 물류 대행 사업(3PL)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컬리가 입점 업체의 물품을 대신 배송해주는 3PL 서비스의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나 증가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컬리의 미래, 지속적인 성장 vs. 경쟁 심화 속 생존 과제

 

10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한 컬리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흑자 궤도에 안착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신중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높은 고객 충성도를 자랑하지만, 쿠팡과 같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쟁자와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하고 있으며, 컬리와 마찬가지로 뷰티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 또한 거세지고 있어 컬리에게는 쉽지 않은 경쟁 환경이 예고되고 있다.

 

결국 컬리가 첫 흑자를 발판 삼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시장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능력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샛별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던 컬리가,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