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소비 침체 상황에서도 전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쿠팡과 네이버 등 상위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부익부 빈익빈'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이 본격화됨에 따라 상위 업체 위주의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온라인 유통사, 매출 격차 심화…쿠팡·네이버만 '고공행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사 10곳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하며, 같은 기간 매출이 1.9% 감소한 오프라인 유통사(13곳)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체적인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업계 1위인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원화 기준)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340% 증가한 2,337억 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네이버 커머스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 견고한 실적을 보였다.
반면, 나머지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급감했으며, G마켓(-21.4%), SSG닷컴(-13.7%), 롯데온(-5%) 등도 매출이 줄줄이 감소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며, 겉으로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온라인 유통사 내에서도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저가·빠른 배송' 무기 사라지고…규모의 경제로 차별화
유통업계는 지난 10년간 온라인 마켓이 정착기를 거치면서 업체들의 경쟁 영역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최저가와 빠른 배송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업체들의 가격 및 배송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 분석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한 '락인(Lock-In) 효과'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상위 업체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 '로켓배송'을 안정화시켰고,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직구까지 무료 배송하는 등 물류 서비스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배달(쿠팡이츠)과 OTT(쿠팡플레이) 영역까지 확장하며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커머스 사업) 역시 익일배송 및 일요배송 서비스는 물론,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등 가격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 이커머스 '적자 줄이기 급급'…C커머스 공습에 시장 재편 가속화
반면, 나머지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본 규모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에 진출한 서비스 형태를 고려할 때 쿠팡과 네이버를 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적자를 줄이는 등 수익성 제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쿠팡의 흑자는 인위적인 비용 절감이 아닌 규모의 경제와 물류 투자의 성과"라며, "현재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은 외형 성장을 위한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빛을 발할 수 있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의 위협이 본격화되면 시장 구도가 상위 업체 중심으로 더욱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쿠팡은 이러한 파도를 견뎌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중소 업체들은 C커머스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G마켓은 알리와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마켓 업황 자체는 호조지만 자본 규모가 중요해지면서 중소 이커머스의 입지가 더욱 흔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극단적으로는 쿠팡, 네이버, 그리고 C커머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생존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