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에 요동치는 물류비…삼성·LG 등 가전업계 '비상'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국제 물류비를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물류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예측 불가능한 운임 변동이 기업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CFI 지수 30% 급등…미주 노선 운임 100% 상승 전망까지

 

4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임의 평균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2072.71을 기록하며 약 일주일 만에 30.7%나 치솟았다. SCFI가 2000선을 넘어선 것은 올해 1월 24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지난해 중동 분쟁으로 인한 홍해 사태와 중국발 컨테이너선 수요 급증이 겹치며 SCFI가 3733.80(작년 7월 5일 기준)까지 치솟았던 당시와 비슷한 물류비 급등 양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단기적으로 물류비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발 미주 노선 해운 수요 급증으로 6월 말까지 중국발 미주 노선 운임이 10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노선 화물 운송량을 다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화물선 배치까지 최소 2~3주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물류비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 물류비에 '발목' 잡히나

 

부피가 큰 TV, 냉장고 등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가전업계는 해상 운임 변동에 특히 민감하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물류비는 2조9602억 원, LG전자는 3조1110억 원으로 집계되어 전년 대비 각각 71.9%, 16.7% 급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른 교역량 감소 우려로 연초 해상 운임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 유예에 합의하자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며 가전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2조7398억 원)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비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 감소한 1조2591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1분기 LG전자의 물류비는 784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5% 상승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 상승 시 비용 부담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해상 운임은 리스크 헤지를 위해 중장기 계약을 맺는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에 미칠 단기적인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