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JV)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가 이사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토종 유통 공룡인 신세계가 ‘C커머스(China+E-commerce)’의 선봉장인 알리바바와 손을 잡으면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그랜드오푸스’ 출범… 사실상 알리가 주도하나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는 최근 이사회 구성을 완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의사봉을 잡았지만, 실무 경영진의 면면을 뜯어보면 알리바바 측의 입김이 거세다.
박병은 1789파트너스 대표, 제임스 장 G마켓 대표 외에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 등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3명이 범( 凡) 알리바바 계열 인사로 채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형식상은 합작이지만, 라자다 필리핀 창업자 출신인 제임스 장 대표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알리바바의 글로벌 전략이 깊숙이 이식될 구조”라고 분석했다.
양사는 즉각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G마켓은 이달 초 ‘빅스마일데이’에 550억 원 규모의 쿠폰을 살포하며 물량 공세를 퍼부었고, 알리익스프레스는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와 광군제 마케팅으로 온·오프라인 접점을 동시에 공략했다.
◇ 쿠팡·네이버·징동… ‘쩐의 전쟁’ 확전
신세계-알리 연합군의 공세에 경쟁사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시장은 바야흐로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부동의 1위 쿠팡은 ‘초격차’ 전략을 고수한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한국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내년까지 물류 인프라에 3조 원을 투입, 자동화 기술과 로켓배송 커버리지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로의 전환과 함께 컬리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론칭하며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력을 수혈했다.
여기에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동닷컴(JD.com)마저 국내 물류센터 구축을 타진하며 한국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국내 시장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분석 결과, 이미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1번가를 제치고 쿠팡을 맹추격 중이다.
◇ "유통 주권 흔들리나"… 짝퉁·보안 우려도 증폭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작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점유율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유통 생태계가 중국 거대 자본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은 필요하지만, 국내 대표 기업이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침투를 돕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안전과 데이터 안보 이슈도 뇌관이다. 서울시 평가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만족도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짝퉁’ 및 유해 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고객 데이터 유출 우려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데이터는 독립된 클라우드에서 관리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증인 채택이 논의될 만큼 정치권과 여론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와 알리의 결합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안방 내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데이터 투명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