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1~2시간 안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퀵커머스 시장이 유통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쿠팡의 로켓 배송에 맞서 유통 공룡들이 속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B마트·배민장보기 '쌍끌이' 전략으로 시장 선도
배달앱 1위 사업자 우아한형제들은 퀵커머스 시장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체 직매입 기반의 B마트와 다양한 유통 채널을 끌어들인 배민장보기를 투톱으로 내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국 29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B마트는 1만여 개에 달하는 폭넓은 상품군을 자랑하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나 성장했다. 올해는 신선식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2030세대와 1~2인 가구 소비자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선호하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유통 강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배민장보기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편의점은 물론 최근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까지 잇따라 입점하며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상품을 '번개'처럼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과거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 '쓱고우'를 접었던 이마트는 배민 시범 운영에서 기대 이상의 주문량을 기록하며 전국 매장 확대를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역시 기업형 슈퍼마켓에 이어 대형마트 상품까지 배민 퀵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며, 마트 인기 상품인 즉석조리식품도 1~2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네이버, '지금 배송' 연내 출격… 판 커지는 퀵커머스 시장
네이버도 퀵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연내 '지금 배송' 서비스를 론칭해 기존의 오늘·내일·새벽 배송 옵션에 속도 경쟁력을 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네이버에 입점한 이마트, 홈플러스, GS더프레시뿐만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컬리까지 '지금 배송' 서비스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통 공룡들이 퀵커머스 시장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쿠팡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익일·새벽 배송 시장을 장악한 쿠팡이지만, 퀵커머스 시장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심 내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를 통해 선보였던 퀵커머스 서비스 '이츠마트' 역시 일부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가 축소된 상황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퀵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먼저 뛰어든 자가 웃는다… 퀵커머스 선점 효과 톡톡
퀵커머스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한 유통사들은 이미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GS리테일은 2022년 '우리동네GS' 앱을 통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배민에도 입점했다.
'우리동네GS'의 퀵커머스 매출 신장률은 2024년 1분기 31.7%에서 2025년 1분기 56.2%로 껑충 뛰었으며, GS더프레시 역시 같은 기간 19.2%에서 42.1%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배민 B마트의 매출 또한 꾸준히 증가하며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즉시 생필품을 소비하려는 니즈가 강해지면서 퀵커머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지역별, 시간대별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 만큼, 먼저 시장에 진입해 데이터를 축적한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