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쿠폰 준다면야"… 소비자 90% 이상, '느린 배송'에도 'OK'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빠르고 편리한 배송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역발상적인 소비 트렌드가 감지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소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포인트나 할인 쿠폰 등 경제적 혜택이 주어진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 '느린 배송'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실천율은 다소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유인이 소비자들의 친환경적인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할인·적립 혜택에 '느린 배송'도 감수… 합리적 소비 움직임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성인 소비자 3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조사한 결과, 무려 93.0%가 할인된 요금을 적용하는 '느린 배송'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56.7%는 '포인트 적립' 조건에, 36.3%는 '할인 쿠폰 지급' 조건에 느린 배송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경제적 인센티브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들은 평균 배송 기간인 2일보다 더 기다릴 수 있는 기간으로 평균 3.5일을 선택하며, 넉넉한 배송 기간에 대한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단순히 빠른 배송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과 친환경적인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느린 배송'을 도입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의류업체 갭(GAP)과 유럽의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5일가량 소요되는 느린 배송 옵션에 할인된 요금을 적용하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느린 배송'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친환경 실천율은 하락했지만… 경제적 혜택엔 '뜨거운 관심'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친환경 제도를 이용 중인 소비자가 66.4%(2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탄소중립포인트,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지속 이용 의사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중립포인트와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소비자가 계속 이용하는 비율은 각각 77.5%와 76.8%에 달했다.

 

반면, 전반적인 친환경 생활 실천율 점수는 2019년 62.1점에서 2023년 57.1점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환경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느린 배송'과 같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친환경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활용' 정보 QR코드 제공에도 60% 이상 '긍정'

 

한편, 버려지는 물건을 재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활용'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활용' 제품 정보를 모바일 QR코드로 제공하는 제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0.1%(1922명)가 이용 의향을 밝혔다.

 

이는 제품의 재료, 품질, 안전성 등 '새활용' 제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2027년부터 새활용 제품 정보 QR코드 제공을 의무화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새활용 제품 인증서 내 QR코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는 경제적 혜택이 소비자들의 친환경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느린 배송'과 같은 새로운 친환경 제도가 확산될 경우, 환경 보호와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