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신 유럽'…쉬인·테무, 광고 폭격으로 시장 공략 '드라이브'

미중 무역 갈등 여파, 유럽 광고 지출 급증…프랑스 등 소비자 피로감 호소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 중국발 초저가 패스트 패션 공룡, 쉬인(SHEIN)과 테무(TEMU)가 미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서 유럽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쉬인과 테무는 최근 유럽 지역 광고비를 대폭 늘리며 소비자들의 시선 끌기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1일부터 12일까지 쉬인과 테무의 유럽 광고 지출은 전월 대비 각각 40%,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쉬인의 유럽 광고비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나 급증했으며, 영국 시장 광고비는 135% 폭증하며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유럽 시장 집중 전략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지난 2일부터 폐지하고, 소포당 최대 54%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당초 더 높은 관세율이 논의되었으나, 중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하향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현재 150유로 이하 소형 물품에 대해 면세 통관을 허용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새로운 타깃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쉬인과 테무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광고 투자를 통해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린 경험이 있다. 특히 테무는 지난해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총 6회나 광고를 방영, 미국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지난해 테무 쇼핑 앱은 미국에서 8,600만 회 다운로드되며 전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유럽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과도한 광고 공세는 일부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피로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CMP는 최근 몇 주 동안 프랑스인들이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쉬인과 테무 광고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EU도 중국발 저가 소포의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인지하고 규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프랑스에 유입된 중국발 전자상거래 소포는 약 8억 개, EU 전체로는 46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미국의 사례처럼 소액 면세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 2월 "중국 플랫폼의 저가 공세와 세제 허점이 유럽 내 소상공인과 기존 유통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2028년까지 150유로 이하 소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