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쿠팡, 택배마저 ‘制覇’…7년 만에 CJ대한통운 꺾고 ‘업계 1위’ 등극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기자 | ‘유통업계의 제왕’ 쿠팡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며 택배 시장마저 장악했다. 쿠팡의 물류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설립 7년 만에 ‘부동의 1위’였던 CJ대한통운을 매출액 기준으로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로켓배송’ 시스템을 기반 삼아, 이제 택배 시장에서도 ‘쿠팡 천하’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통 경쟁력의 핵심으로 ‘물류’가 부상한 만큼, CLS와 CJ대한통운의 치열한 ‘왕좌’ 다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3조 8349억 원…CJ대한통운 1000억 원 차이로 압도

 

21일 공개된 CLS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46.3% 증가한 3조 834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5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나 급증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수십 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CJ대한통운의 택배 및 e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액은 같은 기간 3조 72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2388억 원으로 3% 감소하며 CLS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CLS는 CJ대한통운을 1000억 원 이상 앞서며 명실상부한 ‘택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쿠팡의 폭발적 성장, CLS 매출 ‘견인’…소상공인 파트너십 효과 톡톡

 

CLS의 압도적인 성과는 모기업인 쿠팡의 고공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쿠팡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1조 290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유통 공룡’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CLS 매출과 직결되는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그로스, 마켓플레이스 등 커머스 부문 매출은 36조 4093억 원으로 18% 증가하며 CLS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쿠팡에 입점하는 소상공인 파트너의 폭발적인 증가는 CLS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2018년 4만 7000여 곳에 불과했던 쿠팡 입점 소상공인 파트너 수는 2023년 20만여 곳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의 상품 판매 및 배송 물량이 CLS의 처리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특히 중소상공인들이 상품만 입고하면 보관, 포장, 배송, 반품까지 쿠팡이 책임지는 ‘로켓그로스’ 서비스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2023년 기준 로켓그로스의 총 거래금액은 수조 원에 달하며, 취급하는 소상공인 상품 수는 약 100만 개에 이른다. CLS는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는 소상공인 물량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 확대…1년 만에 업계 2위 ‘껑충’

 

CLS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CLS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말 12.7%에서 지난해 8월 기준 24.1%로 불과 1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롯데택배와 한진택배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반면, 2020년부터 50%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던 CJ대한통운은 CLS의 성장세에 밀려 2022년 40%에서 지난해 9월 말 33.6%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3자 물류’ 격전 예고…쿠팡 vs CJ대한통운, 전면전 불가피

 

향후 양사의 경쟁은 ‘3PL(3자 물류)’ 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은 이미 지난해부터 신세계그룹, 네이버, 컬리 등 대형 유통 기업들과 손을 잡고 ‘주 7일 배송’을 선언하며 3PL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CLS 역시 3PL 사업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쿠팡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의 물류를 흡수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CLS는 전국 각지에 대규모 물류 센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경북 김천, 부산 강서,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며, 충남 천안, 남대전, 광주첨단물류센터는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 칠곡 서브허브는 지난해 말 운영을 개시했고, 울산 서브허브 또한 올해 안에 준공될 예정이다. 올해는 최대 1000억 원을 투자하여 인공지능(AI) 기반의 충북 제천 첨단물류센터 건설을 시작하며 물류 인프라 확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지역 농가를 비롯한 중소상공인들의 쿠팡 입점이 더욱 활발해질 경우, CLS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쿠팡이 주 7일 배송을 통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온 만큼,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체제 강화와 3PL 시장 공략은 올해 눈여겨볼 만한 경쟁 포인트”라며 “점점 더 치열해지는 물류 경쟁 속에서 이제는 단순한 배송 속도를 넘어 ‘배송 품질’이 차별화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이 택배 시장마저 장악하면서 국내 유통 및 물류 시장의 지각 변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